시든 잔디를 초록색으로 칠하는 사람들.
물을 못 먹고 시들어버린 잔디를 새 잔디로 부활시키는 마법(?)을 부리는 중입니다.
아니 그냥 물을 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목마른 잔디에 섣불리 물을 주면 안됩니다. 큰 벌금을 내게 될 수도 있거든요.
잔디밭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잔디는 수분에 민감한 식물이라 적절한 양의 물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잔디밭을 가꿀때 같은 면적의 수영장을 유지하는 것 만큼 물이 많이 든다는 말도 있죠. 이렇게 실컷 물을 쏟아붓고 기른 잔디가 어느정도 자라면 또 깔끔히 잘라줘야 합니다. 안 자르면 벌금까지 물어요. 오로지 미관을 위해 물을 쓰고 기르고 자르고를 반복해야 하는 잔디. 솔직히 사치 그 자체입니다. 이 사치스러운 잔디를 집집마다 거의 필수적으로 키우는 미국. 때문에 잔디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자리잡았죠.
그런데 최근 미국 서부의 주들은 이 자존심과도 같은 잔디를 하나둘씩 포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 서부는 오래전부터 가뭄에 시달려 왔습니다. 몇 년 전 캘리포니아에서는 사금 채취가 유행이었는데요. 강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면서 너도나도 사금을 캐러 몰린 거죠. 그런가하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야 하는 연어가 헤엄치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이 연어를 옮겨주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가뭄이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뭄에 미국 최대 저수지 미드 호수가 말라버리면서 사람이 사용할 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호수에 묻혀있던 50년전 유골이 발견되는 헤프닝도 있었죠. 역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는 급기야 물 부족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사람이 쓸 물도 없는 마당에 당연히 잔디한테 줄 물도 없겠죠. 본격적으로 잔디를 규제하기 시작합니다.
오는 6월1일부터 엘애이 벤투라 센버나디노 등 캘리포니아 주 남부 도시에서는 잔디에 물주기, 세차 등 야외에서 물을 사용하는 활동이 일주일 중 하루만 허용되고 비가오고 48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잔디 스프링쿨러 가동이 금지됩니다. 이를 어기게 되면하루 최대 500달러 한화로 약 63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몇년전부터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와 시간에 따라 벌금을 부과해오면서 물 사용량 감소 효과를 본 캘리포니아 주가 좀 더 엄격하게 제한선을 올린겁니다.
서부의 다른 주도 비슷합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잔디에 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시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유타주는 잔디부심을 진짜로 포기하려나 봅니다.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었던 인조잔디가 합법화되면서 머지않아 자연산 잔디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네바다주는 아예 잔디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잔디 구장처럼 용처가 있는 잔디를 제외한 비기능관상용 잔디를 불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2027년까지 모든 관상용 잔디가 제거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세계 초강대국의 플렉스 문화마저 바싹 말려버린 이 극심한 가뭄의 원인.
역시나 기후변화 입니다. 기본적으로 가뭄은 적은 강수량때문이지만, 기온상승 역시 토양과 대기의 수분 증발을 촉진하면서 가뭄을 심화시키죠. 미국 민관 합동 연국 프로젝트인 미국 가뭄 모니터 연구팀이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서부 대가뭄의 원인중 무려 42%가 인간활동에 기인한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인간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었다면 이 가뭄은 높은 확률로 2006년쯤에 끝났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연구팀은 미 서부 지역의 55%를 가뭄상태로 분류했습니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따져봤을때
미국이 가진 기술력으로도 피할 수 없었던 기후변화의 역풍이 결국 한 나라의 오랜 문화까지 파괴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미국 #대가뭄 #스브스뉴스 #잔디 #독해야산다 #메타리딩 #메타독서
독(讀)해야 삽니다.
생존하려면 읽어야 합니다.
책도, 사람의 마음도, 세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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